달팽이의 약속ㅣ가을의 은행나무

달팽이의 약속ㅣ가을의 은행나무

글 | 황혜영 방송 | 전금화

달팽이의 약속ㅣ가을의 은행나무

    올해 가을은 아들집에서 보낸다. 가을 단풍을 구경하러 명승지는 가지 못했지만 매일 집주변의 은행나무가 우거진 길을 산책하면서 가을의 그윽한 향기의 감미로움을 새로운 기분으로 만끽하게 된다.
 
    가을의 은행잎은 봄과 여름의 진록을 점차 잃으면서 황록으로부터 귤황으로 변하더니 다시금 황금빛으로 물들어 나무를 금발머리 폭포로 장식하여 하느적거리며 빛나고 있다. 금빛찬란한 황색잎은 반짝거리는 별들이 내 가슴에 들어와 박히는 것 같다. 한줄기 바람이 지나가면 그 빛이 나무잎 사이를 홀짝홀짝 뛰여다니는 것이 수많은 노랑나비떼가 하늘하늘 춤추는 듯하다. 한쪼각 한쪼각의 금황색 잎은 하나하나의 부채처럼 여름의 열기를 날려 보내고 가을의 시원함을 실어오는 것 같다.
 
    심장병을 고치는 약재로 쓰인다는 은행잎 하나를 주어 살펴보니 그 모양이 특이하다. 부채모양의 잎변두리에 파도무늬가 있고 엽병정단으로 방사상으로 뻗어져 가는 엽맥은 우로 갈수록 계속 갈라지기만 할뿐 결코 다시 련결되지 않는 “차상분지” 이다. 이 선들은 나에게 자유, 공간, 무한함을 상징하게 하면서  마음이 한없이 편해지게 한다.그래서 심장을 보호해주는 중약재로 쓰이는가 싶어진다. 
 
    부채모양의 잎끝 가운데가 살짝 갈라졌다가 엽병쪽에 가서 다시 융합되는 기이한 은행나무잎을 보노라니 독일의 유명한 시인 괴테의 시 “은행나무’ 중의 몇구절이 떠오른다. 
 
    “이것은 둘로 나눈 하나의 생명체일까?/ 아니면 두개의 생명체가 하나로 보이는 걸까?/ 그대는 내 노래에서 느끼지 못하는가?/ 내가 하나이자 둘이라는것을./”
 
    륙십이 넘은 나이에 삼십대 유부녀와 사랑에 빠진 괴테가 은행잎과 동봉한 이 자작시를 미인에게 보낸 것이 그들의 마지막 로멘스로 끝났다고 전해진 것으로 기억된다. 이 은행잎을 보면서 사랑이란 예고없이 찾아오는 것 이라고는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줄 수 있거나 결실을 맺을 수 없는 사랑이라면 시작하기 전에 심사숙고해야 하고 그 사랑이 불타기 전에 선을 넘지 말아야  하지 않겠나 싶다! 유부남이든지 유부녀든지 일생중에 더 훌륭하고 또 사랑하기 싶은 사람을 만날 수 도 있다. 하지만 항상 부부간의 사랑과 책임을 체크하면서 선을 넘지 말아야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 추운 겨울이 더 깊어지기 전에 우리도 부부간의 사랑에 이상이 없는가 다시 한번 체크해 보는 것도 사랑을 지키는 것이 아닐가 생각한다.
 
    이 도시의 가로수인 은행나무는 깊은 가을인데 열매를 맺은 나무들이 드물다. 몇년전 서울에 갔을 때 바로 시월말이여서 나무밑에 떨어져 고약한 냄새를 풍기던 은행종자들이 인상이 깊었는데 이곳의 은행길은 황금빛 주단이 깔린 아름다운 길이다. 알고 보니 이 은향나무들은 모두 수컷만이란다. 산 화석에 속하는 은향나무는 겉씨식물에 속하는 활엽수로서 자웅이주 식물이다. 태여나서 삼십년후에라 수컷이 산생한 화분을 바람에 의해 암컷이 수정한 후 종자를 맺는다. 할아버지가 심어 손자가 그 종자를 먹을수 있다하여 “공손수” 라고도 불리운다. 배유가 육질인데 식용, 약용으로 되지만 육질의 외종피가 냄새가 고약하여 길손에게 영향이 있다. 예전에는 종자가 맺혀야 암수를 구별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묘목 때에 유전자 검사로 가릴 수 있어 가로수를 몽땅 미츨한 수컷으로 선택할수 있다. 때문에 이곳의 은행나무 길은 걷기도 좋다. 그러나 이곳의 은행나무는 너무나도 외로울 것 같다.
 
    아들애가 고3일 때였다. 애아버지가 공장의 불경기로 정리실업이 되였다.원래 얼마 되지않던 월급이 한푼도 못 들어온다 했다. 대학에 가면 아들의 학비는 어쩌랴 근심하는 내가 안타까웠던지 남편은 해외로무길을 택했다. 그간 우리 셋은 힘든 것과 외로움을 다 같이 버텼다. 
 
    아들은 입시 준비에 더 노력했고 나도 출근하면서 혼자서 아들의 공부 뒤시중에 최대의 힘을 냈고 남편도 머나먼 로씨야 땅에서 외로움을 극복하면서 땀을 흘렸다. 노력한 보람으로 아들의 입시 점수가 잘 나왔다. 아들은 아버지가 집에 돌아와 엄마와 같이 있어야 한다면서 원래 지원했던 북경대학 의학부를 포기하고 학비,식비,생활비를 모두 국가에서 면제해주는  군의대학을 선택했다. 아들이 학교로 떠나는 날 아침에 집에 도착한 남편과 만세를 부르던 때가 어제 같다. 외로움을 견뎌낸 보람이 행복해서 눈물이 나던 날이였다. 나쁜 일이 좋은 일로 된다는 느낌이 들던 날이였다. 아버지의 정리실업이 아들을 성숙시켰으며 자아분투의 의력을 키워준 것이였다.   
 
    인간에게 고약한 냄새의 피해는 주지않고 아름다운 모습만 선사하기 위해 고독을 알고 이기고 견디면서 몇십년, 몇백년, 심지어 몇천년을 기다리면서 불평이 없는 은행나무가 대견스러워 보인다. 생계를 위해 집을 떠난 남편, 혹은 안해를 잊어버리고 잠시의 욕망에 불타서, 고독을 이기지 못하고 불륜에 빠지는 인간들은 이 은행나무를 바라보면 부끄럽지 않을가 싶어진다. 
 
    은행나무 골질종피에 은백색분가루가 덮여있고 모양이 살구 같다 하여 은행이란 이름을 가졌다고 한다. 옛날, 공자가 살구나무 아래서 제자를 가르친 정신을 상징하는 나무가 은행나무로 되였는데 아마 살구나무보다 은행나무 수명이 장수한데서 온것이라 여긴다. 산동성 정림사에 몇천년을 산 은행나무가 있다. 지금도 조용히 찾아오는 사람들을 기다리면서 차분히 살고있다. 안분지족하며 몇천년이고 조용히 기다리는 은행나무의 지조를 숭배한다. 
 
    은행나무 줄기는 곧게 자라서 수려하지만 수피는 그물모양으로 갈라져 우툴두툴하다. 세월속에 지친 로인의 얼굴이구나 하는 생각에 존경스럽다. 은행나무의 수관은 둥그스럼하고 모가 나지않는다. 빽빽한 잎으로 엮여진 수관은 지나가는 길손에게 해빛을 막아주고 뭇새들의 보금자리도 되여 준다. 한없이 인자한 할아버지 같다. 은행나무를 보면 장려하고 고급스럽고 우아한 늙은 신사님 같다. 그래서 은행나무는 장수, 정숙, 장엄함을 대표하는 나무다.
 
    고생대부터 빙하시기를 거쳐 살아남은, 고향이 중국 절강성인 산화석 겉씨식물 은행나무는 명실이 부합되는 동방의 성자이며 중국인문(人文) 의 생명이 있는 기념탑이다. 수려한 수간, 깜찍하고 령롱한 잎 등 아름다운 관상용가치,그리고 귀중한 식용가치 및 약용가치와 높은 경제적 가치가 있는 은행나무는 국수(国树)에 손색이 없다. 자태가 우아하고 정숙하고 선량한 은행나무를 내 어찌 존경하고 사랑하지 않을 수 있단말인가!
 
    겨울을 재촉하는 비바람에 잎들이 땅으로 우수수 떨어지고 점차 빛을 잃고 나면 앙상한 나무는 쓸쓸해질 것이다. 은행나무는 여름내 한오리 한오리 힘들게 짰던 찬란한 옷을 한쪼각도 남기지 않고 모두 벗어서 대지에 바칠 것이다.래년의 재생을 위해, 에네르기를 저축하기 위해 은행나무는 모든 것을 바칠 것이다. 그리고 또다시 새 봄을 맞이 하여 새로운 생명의 년륜을 그릴 것이다. 
 
    얼마전에 치유할 수 없는 병에 무남독녀를 잃은 부부가 아이의 유언대로 쓸모 있는 장기를 수요되는 환자들에게 기증하여 네 사람이나 생명이 소생했다는 소식이 텔레비죤방송에 올랐다. 은행나무잎처럼 죽음조차도 새 생명을 위해 값지게 바치는 고상한 정신은 세상을 더 따뜻하게 하고 세상을 더 빛내게 하지 않는가! 
 
    우리들의 인생길에 어찌 고독할 때가 없고 비바람이 없고 혹독한 겨울이 없으랴! 그러나 은행나무처럼 안분지족하면서 꾹 참고 견디다보면 가슴속에 찬란한 태양이 또다시 쨍 하고 뜰 것이다. 
 
    은행나무는 나에게 나머지 삶과 죽음을 어떻게 대하는 가를 알려주는 것 같다. 

달팽이의 약속ㅣ가을의 은행나무

  황혜영

  퇴직하고 흥취로 가끔씩 글을 써봅니다. 어려서 꿈이 작가였는데 먹고 살기 바쁘다보니 글쓰기와 관계없는 일만 하다가 세월을 흘려보내고 소녀때 꿈을 이제라도 이룰수 있을가 싶어서 글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어쩌다가 위챗에서 궁금이님이 쓴 글을 보다가 나도 일상에서 겪었던 일들을 글로 엮어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달팽이 약속”을 찾았습니다. 달팽이는 느리지만 쉬지않는 것처럼 저도 60에 시작한 문학의 길로 터벅터벅 걷다보면 소시적 꿈이 이루어지겠지 하는 희망으로 꾸준히 글농사 하렵니다.

참여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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